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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토카를 제조하는 신형 인공위성도
    카테고리 없음 2021. 3. 24. 03:54

    신차 프로토타입 공개돼 되는 날, 매니아의 눈이 쏠리는 법이죠. 시승기와 함께 새로워진 외관·성능에 대한 사용자 평가가 기대감을 더해준다. 이 때 프로토타입(Prototype)이란 대량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시험적으로 만드는 자동차를 말하는데, 인공위성도 이런 식으로 비행모델과 아주 흡사한 프로토타입을 만든다고 합니다. 왜 만들고 어떻게 사용할까요?

    신형 위성이 STM을 만드는 이유

    발사 환경 시험을 위해 가진기 위에서 진동시험을 하고 있는 천리안 위성 2B호의 인공위성 개발에서도 신차의 프로토카처럼 불리는 말이 있습니다만. 모형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모사 구조체(Satellite Simulator)'라고도 부릅니다. 위성체가 노출되는 구조적, 열적 환경을 검증한다는 의미로 열구조 모델(STM, Structure Thermal Model)이라고도 합니다. 우주로 가는 비행모델(FM) 제작 전 마지막 시험모델이자 실물입니다. 흔히 모형, 모델이라고 하면 비슷하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외곽 형상은 물론 질량, 동적 특성까지 동일합니다. FM에는 탑재체만 없다고 생각해 주세요. 따라서 모형이라고 해서 값이 싼 것은 아닙니다.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 있는 아리랑위성 2호, 3A호 및 5호 STM 개발비용은 세기를 합쳐 300억원을 훌쩍 넘습니다. 우주 과학관 구축 비용과 맞먹는 개발 비용이 들어요.

    이러한 구조체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신차와 마찬가지로 신형 인공위성의 성능을 빠짐없이 테스트하는 것입니다. 열진공 시험, 태양전지판 분리 충격 시험, 진동 시험, 음향 시험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STM을 이용한 시험을 통해 구조적인 안정성 검증, 해석모델 보정, 상세설계의 포착 및 조립순서에 대한 검증을 실시합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지금까지 우주환경의 시험 장면을 공개해 왔습니다. 대형 가진기 위에 설치되어 있거나 열진공 챔버 안에 통째로 들어 있거나 하는 인공위성도 대부분 STM입니다. 발사-분리-궤도에 이르는 인공위성 전주기의 가상시승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형 인공위성 개발 예산에는 약 5%의 모사 구조체 제작 예산이 포함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좀 생소할 수 있어요 발사체와 위성체 사이의 '접속 설계 검증'을 위한 것입니다. 위성이 탑승하는 발사체에 쏙 들어가는지, 서로 기계적으로 잘 결합하는지, 전자적인 연결에도 문제가 없는지를 미리 해보는 겁니다. 이 과정은 피트체크(fit-chech)라고 합니다. 위성 고객이 주문한 맞춤옷(발사체)을 입어 보겠다는 뜻으로 봐도 되겠네요. 사실 최근에는 실물 구조체로 피트 체크를 하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이 발달하여 형상은 물론 충격, 하중, 고유 진동수 등에 대한 해석 결과를 정확하게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위성이 러시아 발사체를 미리 입기 위해 고생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핏 체크만은 빠뜨릴 수 없습니다. 통상, 런처 기업이 어댑터를 가지고 방문 서비스를 실시합니다.

    비대칭충돌에서 차체가 도와 같이 망가지는가를 유한요소해석으로 나타낸 그림이다. 이러한 시뮬레이션 기술은 모사 구조체의 제작 수고를 덜 수 있다. <이미지 출처=Wikimedia Commons>
    실물 위성 모형으로 핏 체크를 해 보기도 한다. 위성 제작사와 발사체 기업이 동일할 경우엔 해볼 만하다. 사진은 2015년 유럽우주국(ESA) 센티넬 2B(Sentinel-2B) 위성의 핏체크 장면. <사진 출처=eurockot.com> 검증해야 발사체가 움직인다?한번 더 정리하면, STM는 발사 환경·우주 환경의 검증과 피트 체크를 위해서 개발되는 것입니다. STM이 프로트카와 가장 다른 점이라면 검증 프로세스가 더 많다는 점입니다. 개발진은 "모든 순간을 염두에 둬야 하며 약 1.4배의 강도로 시험을 한다"고 말합니다. 즉, 위성체가 처한 환경보다 훨씬 가혹한 환경에 노출된 상태에서 STM이 건강하게 잘 견디고 있는지를 보는 거죠. 예를 들어 구조 질량의 10배 정도 압축력을 가하거나 국부적으로도 수십 배의 진동 환경에 노출시키는 식입니다. 이 중 하나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설계 보완-재검증'이라는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자동차와는 많이 대조되는 곳인데요. 만약 프로토카의 진동이 생각보다 크구나, 라고 해도 가격, 디자인, 성능 면에서 경쟁력이 있으면, 생산 모델로 직행할 수 있습니다.
    국내 연구원이 개발 중인 차세대 중형위성 STM의 다양한 시험과 검증을 보여주는 그림. 좌측부터 중정적하중 및 싸인가진시험, 음향가진시험, 수평방향질량특성시험 장면이다.
    차세대 중형 위성 STM에 대한 루열 환경 시험 구성도. 대형 열진공 챔버에 STM을 넣어 지구궤도와 같은 열환경을 모사해 시험한다.

    "이런 철저한 검증은 리콜(recall)이 되지 않는 위성에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그 뒤에는 런처 기업의 부담감도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개발진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인공위성이 발사에 실패하면 시장에서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쪽은 단연 발사체 업체 측입니다. 위성 발사 시장은 일반 택배 시장과 다른 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택배사의 부주의로 배송한 물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택배사가 책임을 지는 게 보통이지만 인공위성 발사는 다릅니다. 위성 발사를 의뢰받은 고객도 보험에 들어 있으며, 발사 서비스 업체도 보험에 들어 있습니다. 고객은 발사 실패 시에 위성체에 대한 담보를 하는 것이고, 발사 서비스 업체는 발사 실패 시에 고객으로부터 받은 서비스 비용에 대한 담보를 하는 것입니다. 즉, 발사했다가 추락하거나 궤도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발사서비스 회사는 위성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단, 고객으로부터 받은 발사 서비스 비용에 대해서만 책임을 집니다. 발사 후 정상궤도에 위성을 올리지 못해 추락하거나 통신을 할 수 없다.또 위성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거나 태양전지판의 전개가 실패하거나 하는 경우와 같이 위성체에 대한 것은 발사를 의뢰한 고객의 책임입니다. 아리랑위성과 천리안위성을 제작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큰 비용을 들여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발사 실패로 인해 발사 서비스업체가 받는 타격감은 상당합니다. 지난해 7월 아리안스페이스의 베가로켓은 아랍에미리트(UAE) 첩보위성을 싣고 발사된 뒤 2분 만에 이상 증세를 보여 위성과 함께 대서양에 추락한 것입니다. 며칠 후 아리안스페이스 부사장이 긴급 진화에 나섰어요. 「고객님의 payload 손실에 대해 깊이 사과 드립니다」라고 말해 공개 영상을 통해서 연달아 미안한 기분을 표명했다. 각국 로켓 개발진 사이에서는 울먹이는 표정이 역력했다고 한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이후 아리안스페이스는 1년간 발사를 중단했을 뿐 아니라 작은 큐브샛을 신규 고객으로 받아들이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했습니다. STM에 의한 철저한 검증과정은 인공위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발사체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두께 3밀리미터의 강철제 클램프 바 인도. 최대 10톤 무게에 달하는 인공위성을 고정시키는 유일한 장치다. <사진 출처=SENER Polska>
    어댑터나 클램프 밴드 등으로 구성된 접속 시스템의 원리를 도식화한 그림. 위 부감으로 본 접속 방식, 아래는 고정 방식이다. <이미지 출처=researchgate.net>

    기계적 전기적으로 '핏 체크' 발사체 서비스업계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핏 체크'도 필수겠죠. 이에 앞서 STM은 발사체-위성 간 접속 설계에 대한 검증 목적도 있다고 했는데. 발사체 옷을 입어보는 피팅룸으로 몰래 들어가보겠습니다 발사체 페어링(payload를 올리는 상단부) 내부 하단에는 반드시 어댑터와 클램프 밴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어댑터는 인공위성 접속장치와 맞물리는 부분입니다. 클램프 밴드가 이렇게 맞물린 부분을 단단히 잡고 묶습니다. 개발진 사이에서는 이 과정을 '배꼽 맞추기'라고 표현합니다. 다만 이 시스템만으로 인공위성(페이로드)을 고정 분리하는 매우 중요한 부품인데. 아무리 발사체와 위성을 세계 최고로 만들었다 해도 클램프 밴드가 분리에 실패하면 끝입니다. 그만큼 신뢰성이 높아야 하고 검증도 철저히 이뤄져야 합니다. 발사체 제조 업체가 어댑터와 클램프 밴드를 가지고 세계 어디에나 달려가 핏 체크를 하는 이유로 충분하겠지요?

    클램프 밴드는 수 밀리 두께의 단순한 금속 밴드처럼 보이지만 최대 10t의 위성을 지탱하고 극한의 작동 조건에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됩니다. 밴드 안쪽에는 관절과 같은 V 세그먼트가 부착되어 있어 어댑터와 암수처럼 결합합니다. 런처용 클램프 밴드를 만드는 회사는 여러 개 있습니다만, 마치 KS규격처럼 형상 통일되어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발사체-위성 접속방식을 규격화해 놓은 겁니다. 지금 설명한 프로세스는 피트체크 중에서도 기계적인 연결을 검증하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전자적인 접속을 체크하는 것도 필수입니다. 인공위성은 발사 서비스 중에 받는 충격, 열 등의 상태를 끊임없이 보고됩니다. 위성이 발사체에서 분리될 때까지 인공위성의 상태 정보가 지상으로 흘러 나옵니다. 이는 위성과 발사체가 서로 전기 전자적으로 연결돼야 가능한데 발사체는 위성에서 나온 케이블을 꽂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핀의 수는 정확하게 맞는지, 각 데이터의 신호가 틀림없이 전해지고 있는지 등을 검증합니다. 전자적 연결 설계에 대한 검증에는 위성 시뮬레이터라고 하는 소프트웨어가 사용되고 있지요.

    위성은 고객이 되기 이전에, 발사체의 「동료」 「시장」에서, 인공위성은 발사체의 고객을 말합니다. 돈을 지불하면 payload라고도 부르지요. 시장의 논리대로라면 고객 서비스가 우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발사 서비스 업체는 고객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책임을 져 주는 것이군요. 그러나 우주개발사는 오랜 경쟁사 이후 협력과 실용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강력한 후발주자들이 우주개발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최고와 첫 단추를 끼우던 시대는 후퇴하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은 발사체를 위해 검증을 잘해야 하고, 발사체는 인공위성을 위해 성공 압박을 견뎌야 합니다. 고객과 고객이기 이전에 같은 목표를 가진 '동료'인 거죠. 인공위성의 프로토타입, STM에 숨겨진 이 두 관계가 좀 그려져 있나요?

     

     

     

    기획제작 : 항공우주Editor 이종원 내용감수 : 우주환경시험부 은희광 선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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